“쪽방 고시원에서 살아요(울보 선생의 울보 아이들~~최관하목사님 저서)
유선이는 학급 회장을 지냈으며 성실하고 야무진 아이였다. 선생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그만큼 자기 생활에 최선을 다하고 항상 미소 띤 모습으로 친구들을 도와주는 아량 있는 아이다. 과제를 해 와도 똑 부러지게 해왔고 발표도 적극적으로 잘 했다. 누가 봐도 별 어려움 없이 보이는 아이였다.
2 학년 1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후였다. 유선이가 말했다. “선생님, 이번 학기에 국어나 문학 교재 남는 것 있으면 한 권만 주실 수 있나요?” 아이들은 새 학기가 되면 교재를 여러 권 사야 한다. 책 값은 꽤 큰돈이어서 간혹 책을 구하러 오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유선이네 정도라면 책 살 돈이 없진 않을 텐데~~~유선이네 내게 도움을 청하리라고는 아예 생각지도 못했다. 나는 가능한 편안하게 물었다.
“아니 왜? 책 살 돈 없어?”
“네 집안이 좀 어려워졌어요.” 유선이는 집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조그마한 월세 집에서 부모님과 대학생 오빠와 함께 살고 있고, 부모님은 영세한 양말 공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나는 유선이에게 책 한 권을 선물로 주며 기도해 주었다. 마음속에는 유선이를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시나브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2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침에 학교에 와서 기도하는데 문득 유선이 생각이 났다. 아니, 생각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하다. 나도 모르게 유선이를 위해 계속 기도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나님께서 유선이를 생각나게 하셨다는 표현이 없을 것이다. 그날따라 유선이가 왠지 많이 힘들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의 아픔이 느껴져서 눈물이 핑 들었다. 그날 나는 유선이를 따로 만났다.
“”요즘 어떠냐? 2학기 시작되는데 이번 학기 책 준비는 문제없니?” 유선이가 살짝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은 전보다 더 어려워졌어요. 지금 쪽 방에서 지내요.” “쪽 방이라니?” 나는 화들짝 놀라 되물었다.
“고시원인데요. 너무 작아서 쪽 이라고 불러요.” “아니 집은 어쩌고 지금 너 혼자 지내는 거냐?” 유선이의 눈이 점점 슬픔으로 젖어갔다.
“가족들이 다 뿔뿔이 흩어졌어요. 경제적으로 더 어려워져서요. 아빠는 공장에서 일하고 그곳에서 주무셔요. 엄마하고 저하고는 고시원에서 사는데 한 달에 25만원씩 내야 해요. 주방도 화장실도 다 공용이고요.”
하나님께서 기도하게 하신 뜻을 알 것 같았다. “고시원 방에서 엄마랑 둘이 반듯하게 눕지 못해요. 둘이 발을 포개야 되고요. 세로로 자요.”
상상이 되지 않았다. 이토록 밝은 유선이가 그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있었단. 등록금은 면제되어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한 달에 5만원 가량하는 급식 비도 제때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밀린 급식 비 때문에 지금은 아예 접심 먹는 것을 포기했다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있자니 나 자신이 한없이 죄스러워졌다.
가슴이 아파왔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잘하고 싶어하고 또 열심히 하고자 한다. 그러나 현실이 가로막기도 한다. 가정환경이 주는 어려움을 극복하며 당당하게 나아가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유선이는 달랐다. 가정환경에 주눅 들어 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기도하면서 미리 준비한 약간의 돈을 유선이에게 전했다. “유선아, 어찐지 하나님께서 네 기도를 자꾸 시키시더구나. 유선이네 집은 종교가 뭐지?”
“잠깐 성당에 나가기는 했는데 지금은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그래 네가 하나님 잘 믿고 성장하면 좋겠어. 이것 얼마 안 된다만 선생님이 너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표시야. 책 사든지 너 필요한 대로 쓰렴.”
순간 유선이의 눈동자에 작은 물결이 있었다.
“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저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학교 수학과나 수학교육과 걸 거예요. 그리고 선생님처럼 힘들고 어려운 아이들을 도울 거예요. 지켜봐 주세요.”
“그래, 유선이 축복은 이제 시작이란다. 하나님께서 너를 귀하게 사용 하실 거야. 선생님이 일단 후원자가 되어 주마. 그리고 앞으로도 하나님께서 후원자나 동역 자를 많이 붙여 주실 거야. 그러니까 지금 상황이 어려워도 인내하며 기도하자. 선생님도 너와 너희 가정을 위해 열심히 기도 할게.”
나는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어다. 유선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울고 있었다.
“쪽방 고시원에서 살아요(울보 선생의 울보 아이들~~최관하목사님 저서)
마마킴||조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