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훔치기(울보선생, 기도로 사랑을 얻다~~최관하목사님 저서)
수업 후 왁자지껄한 복도를 지나는데 한 여학생이 내 눈에 들어왔다. 웬일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혼자 터벅터벅 걷고 있는 모습이 순간 측은하게 느껴졌다.
“얘야!” 내가 부르는 소리에 그 여학생은 고개를 들었다. 그 아이는 현재 내가 가르치지는 않지만 알고 있는 아이였다. 평소에 친구들과 함께 재잘거리던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데, 이 날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영미에게 나는 조용히 그러나 힘 있게 물었다.
“선생님에게 뭐 하고 싶은 말 있지 않니?”
그때 그 아이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 걸 느꼈다. 눈동자가 흔들린다는 것은 마음이 움직인다는 증거다. 영미는 이내 내 뒤를 따라 왔다. “하나님 이 아이에게 힘을 주시옵소서. 무엇보다 하나님께서 만나주셔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문제 가운데서도 일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시고 해결하여 주시옵소서.”
영미에게 자리를 정해주고 잠시 기다렸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한동안 영미를 주시하고 있었다. 영미는 나를 보는 듯 하다 고개를 푹 숙이더니 대뜸 말했다. “선생님, 저 왕따예요.”
평소에 활달한 영미식으로 얘기했더라면 나는 이 말을 농담으로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농담이 아니었다. 영미의 힘든 마음은 나에게 고스란히 아픔으로 전달되었다. 아이들을 양육하는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이러한 고백에 먼저 당황하거나 놀라서는 안 된다. 큰일 났다는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단지 먼저 공감하고 느끼기 시작하면 된다. 그것이 아이와 이야기가 끊어지지 않고 계속될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일부러 웃으면서 말했다.
“와! 영미가 왕따면 우리 학교 아이들 모두 왕따 아니니?”
나의 농담 섞인 말에 영미는 순간 웃는 듯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미는 이어서 술술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영미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매우 좋았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이 척척 여학생들의 세계는 한 학급 내에서도 몇 명식의 그룹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한 아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왕따를 시킨다. 영미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왕따를 당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아이와 같이 잇는 학급에서 생활을 하기가 싫어 전학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 그래서 어제 엄마하고 대판 싸웠어요. 엄마는 어디로 가든지 그런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하시면서 참으라고 하시는데 전 정말 하루도 학급에 있기가 싫어요. 선생님 저 정말 죽고 싶을 정도예요”
참고 또 참은 듯한 눈물이 영미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렸다. 나 역시 마음속에 눈물이 고여 내 눈에 가득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마음으로 동반하고 있었다.. 나는 따듯한 목소리로 영미에게 말했다.
“영미야,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서 그렇게 밝던 네가 풀이 죽어 있었구나. 영미는 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더욱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마음이 매우 안타까웠다. 이 아이를 끝없이 격려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계속 말을 이었다.
“영미야, 지금은 좀 힘들지만 길이 있을 거야. 네가 전학을 가는 것은 방법이긴 하지만 엄마 말씀처럼 계속 이런 일이 반복된다고 보면 계속 전학만 다닐 수는 없지 않니? 그렇지?” 영미는 고개를 들었다.
“맞아요. 선생님 그래서 참고 그 아이랑 얘기하면서 해결하려고 해도 안면몰수이고 문자도 씹어요. 그래서 포기했어요.”
“그랬구나. 영미는 교회에 나가니? 기도해 본 적은 있니?”
“몇 주 전부터 나가고 있었는데 지난 주는 안 갔어요. 저를 왕따 시킨 아이들 중 한 명이 저는 전도했는데 제가 어떻게 나가겠어요?” 나는 순간 무척 놀랐다. 정신이 아찔했다. 영미의 말대로라면 교회를 먼저 다니는 친구, 그 아이가 영미를 전도한 후 왕따 시킨 거란 말이 아닌가? 물론 계획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라 할 지라고 결과적으로 이것은 처음 교회에 나가는 영미와 같은 아이들에게는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을 믿는 결정적인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오! 주여” 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지혜를 달라고 기도했다. 영미를 만나시기로 적정하신 하나님이 나의 입술을 주장하셔서 영미에게 음성을 들려 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영미는 말은 계속 했지만 얼굴은 매우 굳어져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나에게 지혜를 더하여 주셨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영미야, 너 아까 왕따라고 했는데, 만약에 둘 중에 하나를 정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니? 하나님께 왕따 당할래? 아니면 사람에게 왕따 당할래?” 이 질문은 극단적으로 하나님께 왕따 당하는 것보다는 사람에게 왕따 당하는 것이 났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영미는 한참을 고민 하더니 대답했다.
“선생님, 저는 둘 다 싫어요.” 나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영미야 사실은 나도 그래. 그런데 지금의 영미처럼 사람과의 관계에서 안 좋은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인데, 하나님께 왕따 당하는 것은 정말 큰일이거든. 우리에게 이런 문제가 있을 때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해.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선적으로 바로 설 때 사람과의 관계도 해결되는 거란다.
영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서 영미의 마음을 만져주고 계심을 감지했다. 나의 마음도 점점 편해지고 영미의 얼굴도 그러했기 때문이다. “영미야, 왕따의 진짜 의미가 뭔지 아니?” 무슨 질문인지 의아해하는 영미의 얼굴을 마주 보며 말했다. “왕따는 왕이신 하나님께로 따로 분리된 사람’ 이라는 뜻이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영미는 깔깔대고 웃었다.
“영미는 하나님을 믿잖아. 그치? 얼마 전부터지만 교회를 나갔으니까 말이야. 현재 친구와의 어려움이 있지만 하나님께서 너를 따로 분리 하셨쟎니? 하나님께로 말이야. 그러니까 더 기도하렴. 친국을 위해서도……그러면 하나님께서 내 기도를 들으시고 또 네 친구와의 관계도 잘 풀어주실 거야.”
나는 영미에게 말씀을 읽어주고 성구서표를 뽑도록 했다. 그리고 영미를 붙들고 기도했다. 하나님을 잘 알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바로 서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마음 안에서 친구와의 관계도 해결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영미는 울고 있었다. 좀 전의 외로움과 원망의 눈물이 아니라 감사와 회복의 눈물이었다. 하나님께서 함께 계신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의 눈물이었다.
몇 시간 후 영미의 문자가 들어왔다.
“아빠 같은 선생님, 선생님은 제 아빠예요. 고마워요. 선생님”
“마음 훔치기(울보선생, 기도로 사랑을 얻다~~최관하목사님 저서)
마마킴||조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