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손동희 저서)”
애양원에 얽힌 추억이 많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같이 자란 내 친구들을 잊을 수 없다. 1991년 11 월 22일, 나는 손양원 목사 기념관 착공식 예배에 참석하여 어린 시절 애양원의 친구였던 태수를 만났다. 한동안 서로 연락이 뜸해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조차 몰랐다. 지금도 그를 생각하면 아련한 그리움과 함게 뿌연 환상이 눈앞을 가리곤 한다.
태수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하모니카 연주다. 얘양원에는 보물과도 같은 하모니카 연주단이 있는데, 이들의 연주는 천상의 노래를 방물케 할 정도다. 그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그런데 그 연주단원은 모두 후천적으로 맹인인 이들로 구성 되어 있다. 태수도 그 단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나병균이 시신경을 침부해 어쩔 수 없이 눈을 빼야만 했던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지만 언제나 감사의 찬양에 게으리지 않았다.
많은 악기중 왜 하필 하모니카일까 하고 궁금해 할 사람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것은 그들의 꼬부라지고 동강난 손으로는 기타나 피아노 같은 악기를 연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늘 어둠의 세계에 살고 잇는 그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민감한 음악적 감각을 지니고 있다. 훗날 아버지의 기념관 착공 예배 때 특별 순서로 그들의 하모니카 연주 시간이 있었는데 그들이 연주하는 찬양의 소리는 무척이나 감동적이어서 듣는 이의 입을 저절로 벌어지게 만들었다.
나는 그날 하모니카를 부는 태수를 바라보며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슬픔을 참아내지 못했다. 태수는 앞이 안보이니 날 볼 수가 없지만 꼬부라진 손으로 온 정성을 다해 하모니카를 부는 그의 모습은 “반갑다 동희야, 너 거기 있는 줄 내 다 안다. 내가 부는 하모니카가 어떠냐” 하고 문는 것만 같았다.
하모니카 연주를 들으면서 내 마음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애양원 친구들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남해 바다 그 푸른 물결속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장구치던 소중한 친구들, 하얀 백사장에서 온종일 딩굴고 뛰놀던 그리운 친구들, 영철이, 순옥이, 그리고 태수….
태수는 어느날 갑자기 나병의 급습을 받고 맹인이 이었다. 그는 30세 때 눈을 제거해야 했다. 그리고 몇 번이고 자살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치고 말았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슬퍼서 온 세상이 희수의 눈에 비치는 것처럼 까맣게만 보였다. 그의 해맑던 눈이 없어지고 전혀 앞을 보지 못하게 되다니….그것은 충격이었다. 병든 것만 해도 억울안테 그 무쓸 나병이 눈까지 빼았다니…태수의 그 맑던 눈이 앞을 못보고 지팡이를 집가니…나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그날 나를 만난 태수는 무척이나 의연했다 그는 나를 자기 집으러 데리고 갔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쥐며 말했다.
“태수, 이 세상은 나그네길 잠깐뿐이라네. 우리도 머지 않아 본향으로 갈 걸세, 그땐 어릴 때의 맑은 눈으로 나를 볼 걸세. 우리 그날을 고대하며 순례자의 길을 묵목히 걸어가세.”
“동희, 너무 염려하지 말게. 오히려 난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있어. 자 보게. 이렇게 귀가 먹지 않아 지금 동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은가. 또 내 입이 벙어리가 되지 않아 동희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 인가.”
그 말을 들으며 나는 땅바닥에 주저 않아 한없이 올고만 싶었다. 그의 신앙에 비한다면 내 신앙은 그야말로 보잘것없는 한 알의 모래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겉만 멀쩡하지 속은 텅빈 쭉저이 같은 내 모습을 새삼 발견하고 나는 부끄러움 반 부러움 반으로 움뿍 들어간 그의 눈을 찬찬히 쳐다보았다.
“나의 아버지 손양원 목사(손동희 저서)”
마마킴||조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