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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쪽방촌의 의사 선우경식)

마마킴||조회 190
“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쪽방촌의 의사 선우경식)

선우경식은 지난해 김수환 추기경이 방문했을 때 부탁했던 대로 용산역 부근에 있다는 성매매여성들의 쉼터 막달리나의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김수환 추기경님으로부터 전화번호를 받아 연락 드리는 신림동 요셉의원의 원장 선우경식입니다. 혹시 이옥정 대표님과 통화가 가능할까요?”
“안녕하세요. 제가 이옥정입니다. 올해 정월대보름에 추기경님께서 이곳을 방문하셨는데, 그때 원장님께서 연락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전화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 마침 이 대표님이 직접 전화를 받으셨군요. 추기경님께서 미리 말씀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혹시 현재 막달레나의 집에 진료나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가 게신지요? 그런 분이계시면 제가 평일 오전이나 일요일 오후에 찾아가서 진료해 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저희 집에는 몸이 안 좋은 언니가 두 명 있어요. 저희 집 드나들면서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들 중에도 아픈 사람이 몇 명 더 있고요. 그런데 그 언니들은 밤에 일하고 오후나 되어야 일어나기 때문에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일요일 3~4시쯤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 그런 사정이 있으시군요. 그럼 이번 일요일 오후 4시쯤 찾아가면 되겠습니까?”
“그래 주시면 저희는 감사하지요. 찾아오시는 길을 알려드릴 테니 종이와 팬을 준비해주세요. 사람들 눈에 덜 뛰는 곳에 마련한 단독 주택이고 간판도 걸어두지 않았기 때문에 여길 찾아오시려면 잘 오셔야 한답니다.”
“예, 준비됐으니 말씀해주시지요.”
선우경식은 이옥정 대표가 알려주는 대로 적어 내려갔다. 이 대포는 그에게 너무 깔끔한 옷차림이 아닌 서울 친척 집에 찾아온 시골 아저씨 차림으로 오라고 당부했다. 김수환 추기경도 이미 당부한 바 있는 이야기였다.

“막달레나의 집”은 1976년 9 월에 만든 서울 대교구 서울 가톨릭사회복지회에 소속된 복지 기관이지만 용산역 부근의 성 매매 여성들이 편하게 와서 쉴 수 있도록 언론이나 사회에 노출시키지 않는 곳이었다. 보험 판매를 하면서 용산역 부근의 자기 집에서 성매매 여인들의 어려움을 상담해주던 가톨릭 신자 이옥정은 1983년부터 그 여성들 사이로 직접 들어갔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과 삶의 희망 모두를 잃어가고 있는 그녀들이 안타까워서였다.

며칠 후 그는 이옥정 대표가 알려준 대로 찾아가 주소를 확인한 후 벨을 눌렀다. 이옥정 대표와 문 요안나 수녀가 문을 열고 반갑게 그를 맞았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집안에 있던 재활 여성들이 문을 살짝 열고선 허름한 잠바를 입은 시골 아저씨 차림의 그를 바라봤다. 이옥정 대표는 사무실로 사용 중인 방으로 그를 안내하며 문 수녀를 소개했다.

“원장님, 저와 함께 일하는 문 요안나 수녀입니다.”
“원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메리놀수녀회의 수녀입니다.”
문 수녀는 1953년 10 월에 부산에 있는 메리놀병원으로 파견되었다. 처음에는 한국말을 못해 하루에 열 세 시간씩 메리놀 병원 문 앞에서 물밀듯이 밀려드는 2000여명의 환자들에게 번호표 나눠 주는 일을 맡았다. 이를 지켜본 환자들이 자연스레 그녀를 문 수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1970년에는 구로동으로 옮겨 와 노동자, 도시 빈민 등 가난한 사람과 함께 생활했고 서울 카톨릭사회복지회의 소개로 1984년 10월 ‘막달레나의 집’에 현장교육을 왔다가 너무 충격을 받아 며칠 내내 울기만 했다. 자신과 아무 상관 없는 사람들이 여겼단 여인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은 문 수녀는 자신이 위선자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고 결국 이곳에서 시무하기로 결심했다. 메리놀수녀회 총원장 수녀에게 용산으로 가겠다고 청했지만 성매매 지역 사목은 수녀회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 회의에 회의를 거듭했다. 그러나 문 수녀의 결심은 바뀌지 않았고 그런 다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이 대표와 합류할 수 있었다.

선우 경식은 스스로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으로 찾아와 그들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기 위해 노력하는 두 사람에게 큰 감동을 느끼며, 이 대표와 문 수녀가 안내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누워 있는 여성을 진료하기 위해 공손히 그 옆에 무릎을 끓고선 나이와 이름을 물었다. 그 순간 누워 있던 여인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고개를 돌려버렸다.

“원장님, 이 언니는 저와 상담할 때 이미 인적 사항을 말했기 때문에 따로 묻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는 아차 싶었다. 일부 노숙인들이 그렇듯 이 여인도 인적 사항을 밝히기 꺼려한다는 걸 깨달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유흥업소에서 오래 일하다 몸이 다 망가져 도저히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여인들 선우경식은 그들을 진찰하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리고 그들이 몸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이곳에 오겠다고 다짐하며 정성을 다해 진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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