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네이션스
칼럼 목록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님들(3)”

마마킴||조회 295
“우리나라에 복음을 전해준 선교사님들(3)”

이기풍과 사무엘 모펫

“기풍아, 기풍아, 너는 왜 나를 핍박하느냐? 너는 나의 복음의 증인이 될 사람이다.”
“아니, 이게 도대체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란 말인가?”

이기풍은 1865년 평양에서 태어났습니다.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돈 많은 사람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들을 벌레 보듯 싫어했습니다. 어린 시절에 형성된 이러한 그의 성품은 골목대장 시절을 거쳐 평양에서 포행자로 소문이 자자할 정도였습니다.

어느 날인가는 평앙 죄수사 행렬의 행차를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감투를 쓴 높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좌수사의 거들먹거리는 행동과 거만한 행렬을 본 이기풍은 울화가 치밀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기풍은 당장 지나가는 행렬로 달려들어 죄수사의 멱살을 잡고 땅바닥에 내동댕이 쳤습니다.

이렇게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무모함 덕분에 그는 체포되어 형틀을 목에 메고 한동안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심을 표출할 길이 없어 그렇게 주먹을 휘두르고 다녔지만 여섯 살에 이미 사서오경을 줄줄 외웠고 열두 살에는 백일장에 나가서 장원을 차지할 정도로 학문에 두각을 나타낸 그였습니다.

그날도 여느 때와 다름 없이 패거리를 잔뜩 이끌고 평양 시내 한복판을 활보하던 이기풍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예수 믿으세요, 죄를 회개하고 예수 믿으세요.” 이상한 발음으로 외치는 그 소리에 이기풍의 신경은 바짝 곤두섰습니다. 가뜩이나 나쁜 서양 놈들이 순진한 조선 사람들을 꼬드겨서 나라를 통째로 집어삼킨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마침 서양 선교사 한 명이 그의 비위를 건드렸던 것입니다. 설상가장으로 회개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하니 이기풍이 보기에는 협박이나 다름없었습니다.

“이놈, 오늘 내가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 이기풍은 가만히 지켜보는 척하다가 그 선교사를 향해 큰 돌멩이 하나를 집어 던졌습니다. 평양의 유명한 깡패답게 그 돌은 정통으로 선교사의 턱을 명중해 피투성이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길모퉁이에 쓰러진 선교사를 보고 깔깔거렸습니다.

“이놈, 꼴 좋다. 다시는 그런 소리 하기만 해 보라. 지금은 내가 턱만 부서뜨렸지만, 그때는 네 목숨을 보전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는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피를 흘리며 고통스럽게 땅에 쓰러져 있는 선교사는 다름 아닌 사무엘 모팻이었습니다. 돌멩이로 턱이 으스러진 모펫과 이기풍, 앞으로의 질긴 인연을 그때는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사무엘 모펫 선교사의 한국 이름은 마포삼열이었습니다. 이기풍과 스물아홉 동갑내기였지요. 그는 핍박과 역경에도 22명에게 학습을 베풀고 7 명에게 세례를 베풀었습니다. 그리고 곧 교회 건축도 착수했습니다. 이 소식은 곧장 이기풍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호시탐탐 그들을 괴롭힐 명분이 없나 기다리던 찰나에 이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기풍은 자기 수하에 있는 깡패들을 모두 데리고 교회 건축 현장으로 쳐들어갔습니다. 보이는 것마다 모조리 때려 부수고, 닥치는 대로 짓밟았습니다. 건축 현장은 순식간에 폐허가 되었고, 이에 분개한 교인들은 이들과 맞서 싸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모펫은 교인들을 달래며 말렸습니다. 그리고 깡패들의 행적을 용서했습니다. 이 소문은 순식간에 평양 성 전체에 펴졌습니다.

이기풍 또한 같은 성질을 다 부려 놓고 집에 돌아와서는 왠지 마음이 찜찜했습니다. 그날은 어쩐지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뒤척이다 새벽녘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꿈에 “예수”라는 분이 나타난 것입니다. 꿈에서 깬 이기풍은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지만 애써 외면했습니다.

그러던 이기풍이 드디어 항복하게 된 일이 발생했습니다. 당시는 청일전쟁으로 나라가 어수선하여 모두가 원산으로 피신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때 이기풍 앞에 서양 사람 한 명이 나타났습니다. 그는 스왈론 선교사였습니다. 그는 이기풍의 명성을 듣지도 못했는지, 또 얼마나 험악한 꼴을 당할지 알지도 못한 채 이기풍의 면전에 대고 크게 소리쳤습니다.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으십시오!”

평소 같았으면 강철 같은 주먹을 불끈 쥐고 코쟁이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어 주었을 이기풍이, 어쩐 일인지 그날은 사자 앞에 고양이처럼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마치 그의 귀에는 하늘로부터 강하게 내려오는 우렛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이기풍의 의기양양했던 기세는 그렇게 단숨에 꺾이고 말았습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스왈론 선교사 앞에 무릎을 꿇고 죄를 회개하고 예수를 믿겠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더 당황한 것은 모펫이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살기를 내뿜으로 기세 등등하게 다니던 평양 깡패 이기풍이 지금 자신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까요. 이 믿지 못할 일은 한 단 분, 하나님 밖에 하실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모펫은 그 자리에서 이기풍과 함께 부등 켜 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이제 이기풍의 삶은 평양 제 1 의 깡패에서 평양 제 1 의 전도사로 180 도 변신했습니다. 그는 동이 트기만 하면 밖으로 나가 평양 시내를 누리며 전도했습니다. 그 소문은 역시나 평양의 유명 인사답게 평양 시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서양 귀신에 미쳤다고 그를 조롱했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목 따위에 마음이 흔들릴 그가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