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샤우드 홀의 아내 닥터 메리언”
병원과 숙소를 연결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50 칼로 떨어진 산골 마을에 한 남자가 장폐색증을 앓고 있는데 이른 아침부터 몹시 고통스러워하고 있습니다.” 병원 직원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샤우드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아내 메리언을 바라 봤다.
“이 밤중에 그 멀리까지 가서 수술할 수 있을까? 더구나 당신은 해산이 임박한 임산부이고 한 겨울이라 길도 미끄러운데…..”
메리안은 잠시 깊은 생각을 하더니 일어나 옷을 갈아 입으며 말했다. “힘들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죽게 내버려 두는 것과 다름이 없지요 그런 위급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곳이 여기서는 우리밖에 없으니까요.”
샤우드는 독신여성 기숙사에 가서 간호과장 런드 양과 간호사를 깨웠다. 그들도 같은 마음이었다. 병원에 가서 모든 기구의 소독을 확인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그날 밤은 달빛이 아름다웠다. 밤이 길어지며 매서운 찬바람이 불더니 마을에 도착하기 전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몸이 얼어 덜덜 떨며 고통스러운 가운데 드디어 차가 마을로 들어섰다. 마중을 나온 사람을 따라 어느 집으로 들어갔다. 열린 문 사이로 화로를 가운데 두고 사람들이 둘러앉은 광경이 보였다. 환자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었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조선사람 네 명을 더 태우고 차는 덜컹거리며 다시 좁은 산길을 달렸다. 마치 한밤중 어떤 공작을 꾸미러 가는 관원들과도 같았다.
차가 달릴 수 있는 막다른 길까기 가자 길이 좁아 차는 더 가지 못하고 논두렁 길을 1킬로미터 남짓 걸어야 했다. 살을 에는 바람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샤우드는 아내가 걱정되어 계속 메리언의 뒤를 따랐다. 메리언은 말 없이 무거운 몸으로 논둑 길을 타박타박 걷고 있었다. 머릿속에 환자의 상태와 그곳에서 수술이 가능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으로 꽉 차 있는 것 같았지만 참 크신 사랑이 그녀를 지켜 주는 것 같았다.
논두렁을 한참 걸어가니 마을이 나타났고 언덕에 진흙으로 지은 남은 초가집 한 채가 있었다. 높은 돌 계단을 올라가니 남자들이 모여 있는 사랑방이 보였다. 천정은 낮고 벽은 흙벽이고 바닥엔 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난방장치라고는 약하게 타고 있는 화롯불뿐이고 아주 작은 등잔이 벽에 걸려 있었는데 불꽃의 크기가 완두콩만 했다.
“아! 저 깜빡이는 등잔불 아래서 어떻게 수술을 하겠어요. 닥터 김이 손전등을 주머니에 넣고 와서 다행이네요.” 사람의 의술만으로는 불가능한 조건이었다. 불가능을 이기는 기적이 있지 않고는 안될 일이었다. 겉옷을 사랑방에 벗어놓고 빈대나 이가 많이 달라붙지 않길 바라며 환자가 있다는 옆방으로 갔다. 환자가 친척들과 식구들에게 둘러싸여 누워 있었다. 닥터 노튼이 조선의료 선교사로 왔을 때 의술을 배워 의사 면허를 따리 이 지역에서 의료업을 하고 있는 조선인 의사도 와 있었는데 그가 샤우드 내외에게 도움을 요청하였다. 그 의사의 진단은 정확했고 수술을 해야 환자가 살 수 있었다.
사람들을 방에서 모두 나가게 하고 곧 수술을 준비했다. 너무도 불결한 옷, 이불들을 어떻게 소독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소독을 시작했다. 두 조선 남자가 거리를 두고 등잔불을 비추고 다른 한 사람은 손전등으로 수술 부위를 비추게 하였다. 어려운 수술이 밤새도록 진행되었다. 수술을 다 마치자 동이 텄다. 마지막 봉합이 끝나고서야 저렸던 다리와 무릎을 펼 수 있었다. 만삭인 메리언은 허리를 잘 펴지 못하고 진땀을 흘리면서도 의사로서의 투철한 사명감과 신앙심으로 끝까지 잘 참아 주었다.
“와 참 대단하십니다. 감사합니다” 등잔불을 들고 서서 수술 전 과정을 지켜보던 조선 남자들이 탄성을 질렀다. 수술을 마치고 사랑방으로 왔다. 담배연기로 자욱한 방에서 간호과장 런드 양이 예수님을 전했다. “이 추운 겨울 밤에 우리를 여기까지 불러 한 생명을 구하게 한 것은 하나님 사랑입니다. 수술에 최선을 다했으니 환자의 상태는 하나님께 맡깁니다.”
마을 사람들은 환자가 낫기만 하면 온 동네가 예수님 믿겠다고 약속했다. 환자는 수술 경과도 좋았고 얼마 후 완쾌 되었다. 그 후 두 마을에서 교회를 세워 달라고 요청해 왔다. 기독교인이 한 사람도 없는 마을에 이렇게 하여 교회가 생기고 샤우드는 그 지역에 정기적으로 의료 봉사를 시작하였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그날 밤의 응급 수술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예수님 사랑의 사건이었다.
분만 날이 가까이 다가오자 샤우드는 서울에 가서 아기를 낳으면 어떻겠느냐고 매리안에게 넌지시 말했다. 다른 환자의 아기는 받아도 자신의 아기는 왠지 주저되었다. 그러나 메리안은 해주에서 아기를 낳겠다고 하였다. 남편과 랜드 간호과장을 충분히 신뢰하기에 서울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고 하니 샤우드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메리언은 건강한 사내아기를 낳았다. 샤우드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닥터 샤우드 홀의 아내 닥터 메리언”
마마킴||조회 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