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 방촌의 성자, 요셉의원 설립자~~의사 선우경식 저서(5)”
영등포 요셉의원의 환자들은 신림동의 환자들과 조금 달랐다. 가난한 주민들이 대부분이었던 신림동과 달이 이곳은 병원 주변의 닭장처럼 만들어진 판잣집들에 주로 알코올 의존증 환자, 마약중독자, 결핵과 간염환자, 교도소나 갱생 원 출감자, 주민등록이 말소된 행려자 들이 살고 있었고 이들은 곧 요셉의원의 단골 손님이 되었다. 치과, 신경정신과, 이비인후과, 안과, 피부과, 비뇨기과, 한방과 등 열 개 과의 진료는 저녁 7 시부터였지만 오후 3 시쯤이면 동네 주민들이 병원 대기실 의자를 차지하고 앉아서 자기 집 안방처럼 누비고 다녔다. 그 중 노숙자들은 며칠씩 씻지 않은 데다 옷도 갈아입지 못해 악취가 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제대로 받게 하려면 먼저 목욕부터 시켜야 했다. 그러나 바깥 생활에 익숙한 이들은 씻기 귀찮으니 진찰이나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가 허다했다. 개중에는 술에 잔뜩 취해 오는 이도 있었는데 이런 경우에는 1 층에서 제지할 수 밖에 없었다.
“술을 마신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진료가 불가능하니, 술이 깨고 난 다음에 오세요.”
“난 술 조금밖에 안 먹었어요. 왜 치료를 안 해주는 거예요.” 그들은 앞뒤 없이 떼를 쓰거나 고성을 질러댔다. 차분히 타일러도 소용이 없었다. “술 냄새가 많이 나요. 나중에 오세요.”
이때부터 그들은 육두문자를 내뱉으며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다. 직원들이 감당하지 못할 때는 선우경식이 내려와 술 취한 환자들을 직접 상대했고, 너무 막무가내인 경우를 당해 서로 떨고 밀치는 몸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부분 알코올 환자는 술에 취하면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알기에, 선우경식은 멱살을 잡혀도 참아가며 상황을 정리하는 것이 최선이라 여겼다. 사실 신림동 요셉의원 초창기 때는 갈등과 회의와 좌절이 몰려오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럴 때면 그는 기도 실에 들어가 십자가를 바라보고 넋두리 하며 그것들을 풀어냈다.
“주님 제가 과연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요? 혹시 능력도 없으면서 이 길을 걷겠다고 욕심 낸 건 아닐까요?” 그렇게 한참을 앉아 있다 보면 마음이 가라앉았고, 알코올 의종증 환자 문제에 대해선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져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이전 해 8 월 한 독지자의 도움으로 암 친구 목동의 단독주택에 알코올 의존중 환자들의 재활센터인 “목동의 집”을 개원했다.
선우경식은 신림동 시절 요셉의원에서 만났던 숱한 알코올의존증 환자들을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했다. 그러나 그들은 치료를 받고 퇴원해도 이미 가족들에게서 버림받아 갈 때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길에서 생활하며 알코올에 다시 빠져드는 악순환에 빠졌다.
이것을 깨달은 선우경식이 시작하게 된 게 “거주치료 프로그램”이다. 그곳에 파리의 방천교회의 매기식 피에르 매지나 신부와 자원봉사자들이 교대로 상주하면서 알코올 의존중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지닌 사람들에게 3 개월 동안 공동 생활을 하게 하며 자립의 힘을 키워주었다. 퇴소 시에는 봉사활동이나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며 사회에 적용하도록 도왔다 그러자 사람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어도 술을 끊는 사람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선우 경식은 술을 끊고 음식점 주방장이 된 사람, 경리가 된 사람, 작은 건물 경비 일을 맡게 된 사람이 얼굴에 웃음을 띠는 모습을 보며 “아, 우리가 제대로 못 도와주어서 그렇지, 제대로만 도와주면 극복하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는 “이 세상에 버릴 사람은 하나도 없다” 라고 말하며 단주한 사람들이 모여 다시 술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서로 격려하고 의지하는 모임을 만드는 등 ‘거주치료 프로그램’ 을 더욱 구체화했다. 그러면서 그는 “언제까지 고치겠다” 는 의사로서의 욕심을 버리고 환자 자신이 노력한다면 수십 번 실패한다 하더라도 다시 받아주면서 환자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하는 것이 노숙자들의 건강과 사회적 부작용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길이라 생각한 것이다.
물론 그도 인간이었기에, 의료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다시 술에 취해 그 앞에 나타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면 회의가 들면서 힘들고 괴로웠다. 그는 그런 좌절이 올 때마다 3 층 강당으로 올라가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자신의 연약한 마음을 신앙으로 담금질 했다. 그들을 포기하지 않게 해달라며 오랫동안 기도 드리는 과정을 통해 그는 의사에게 의술보다 더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은 환자를 사랑하는 마음, 환자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라며 지쳐 있는 자신을 추슬러냈다.
“쪽 방촌의 성자, 요셉의원 설립자~~의사 선우경식 저서(5)”
마마킴||조회 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