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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방촌의 성자, 요셉의원 설립자~~의사 선우경식 저서(2)”

마마킴||조회 581
“쪽 방촌의 성자, 요셉의원 설립자~~의사 선우경식 저서(2)”

~~진료비가 없는 환자야말로 진정 의사가 필요한 환자입니다. 가난하고 의지할 데 없는 환자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며 그들의 자립을 위하여 최선의 도움을 준다.~~

선우경식 원장을 비롯한 의료진들과 봉사자들은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 난관을 해쳐나갔지만, 역시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이었다. 8 월 29 일 개원 미사를 드렸던 요셉의원이 인력과 진료 장비들의 부족으로 천 환자 진료를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인 11 월 11 일, 이때 통장에는 700만 원이 남아 있었다. 병원 전세 계약금, 공사비, 기증받지 못한 장비 중 꼭 필요한 의료기기 등을 준비하고 남은 모금 액이었는데 도매상에서 6 개월 할부로 가져온 약들의 총액을 감한 하면 사실상 무일푼으로 출발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의사 친구들이 고개를 저으며 걱정했다.

“석 달을 못 버틸 거야. 큰 병원도 운영이 어려운 판에, 고작 월 500 원에서 1000 원 받는 조합비와 500원씩 받는 진료비로 병원을 운영한다는 건 불가능해. 아무리 의료진이 자원봉사자들이라 해도 상근 직원 인건비에, 약값, 치료에 들어가는 비용과 건물 유지비가 나올 것 같아? 그건 이상이고 꿈이야.” 친구들의 걱정이 현실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결리지 않았다. 하루 60 명일 거라 예상했던 환자구가 100 명을 넘으면서 각종 검사와 치료 비용, 약값 부담은 늘어났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환자를 보기 시작한지 20 일째인 11 월 말, 경리 직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우경식을 찾아왔다.

“원장님, 오늘 전기료 내고 나니 이제 통장에 돈이 거의 없어요. 이제 곧 약값 월부금을 내야 하는데 어쩌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약회사는 지급을 몇 달 미뤄도 약을 줄 거예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 역시 속으로는 걱정이었다. 정말 무모한 시도였을까? 정말 길이 없는 걸까? 그렇다고 시작한지 한달 만에 주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를 하고, 성경 말씀을 묵상했다. 이스라엘 광야에서 40일 동안 굶주림, 목마름, 밤의 추위와 낮의 혹심한 더위를 견디신 예수의 고통을 생각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담금질했다. 뜨거운 사하라 사막을 지나 투아래그족 마을에 도착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부족민들과 함께 살면서 그들의 친구가 되었던 뚜코 성인의 발자취도 생각했다. 자신도 지금의 막막한 광야를 지나가야 가난한 이들과 온전히 만날 수 있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는 집에서뿐 아니라 병원의 작은 기도 실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십자가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금 그가 할 수 잇는 건 요셉의원과 이 병원을 찾아오는 가난한 환자들을 지켜달라고 간절함 마음으로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두 달쯤 되자 환자 수는 더 늘어났다. 병원이 자선병원으로 소문나자 신림동 인근 봉천동을 비롯해 삼당동, 월계동, 가락동, 구리등에서도 환자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때마다 접수창구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졌다.

“아주머니, 여기는 조합병원이라 조합원만 진료받을 수 있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사람들이 여기가 가난한 사람들 무료로 치료해주는 자선병원이라고 해서 멀리서 버스 타고 왔어요. 나 지금 많이 아프니까 제발 의사 선생님 좀 빨리 보게 해줘요.”

하루에도 몇 번씩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선우경식은 그때마다 환자를 진료실로 보내라 했지만 조합원, 자원봉사자들은 불만이었다. 논리적으로는 조합원 말이 맞지만 선우경신으로서는 조합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자를 돌려 보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하는 건 일반 병원에서 돈 없는 환자를 돌려보내는 것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었다. 조합원들과 선우경식 모두가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였기에 병원에는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환자가 오면 반가운 게 아니라 조합원인가의 여부에 신경부터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선우경식은 직원회의를 소집해 결단을 내렸다.

“요셉의원은 조합원들을 위한 병원이 맞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사회복지회 부설병원이기도 하죠. 요셉의원을 만들 때 조합원들의 기금은 모금의 종자 돈이 되었지만, 가톨릭 각계각층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라며 많은 성금과 의료장비를 보내왔습니다. 따라서 요셉의원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문이 열려 있는 병원이어야 합니다. 여기 와서 봉사해주시는 의사 선생님 대부분도 가톨릭 의대, 서울대 의대의 가톨릭학생회와 함께 난곡 지역과 사랑의 집에서 가난으로 병원에 못 가는 환자들을 위해 봉사해 주시던 분들입니다. 우리는 요셉의원의 뿌리와 정신을 잊으면 안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조합원 자원봉사자가 되물었다. “만약 조합원들이 자신들도 조합비 안 내고 진료만 받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요?” “그런 분도 차별 없이 진료해드리는 게 요셉의원의 정신입니다.”

“그러다 적자 폭이 점점 더 커져 병원이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합니까?” 그가 침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의 적자 폭은 조합비와 진료비 500 원으로 메울 수 없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한 환자들에게서 500원을 받긴 하지만 그것만으로 비싼 필름 값을 충당하기란 불가능하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느님 앞에 부끄럽지 않은 병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하나님의 뜻을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선우경식은 가난한 환자들을 향한 하나님 사랑의 실천이 곧 요셉의원의 정신임을 다시 한번 못박았다. 평소에는 온화하나 원칙 앞에서는 타협하지 않는 선우 경식 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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