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인간난지도” (1)
10년 만에 가졌던 큰고모님과 상봉 뒤, 4권의 책을 손에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고모님이직접 쓰신 책이었고 “나는 날마다 기적을 경험한다” “주님 오늘도 부탁해요” “천국의 풍경이 되어주세요” “말씀대로 기도해 보셨나요?” 책 제목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섬기면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관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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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어머니께서 주셨던 같은 류의 도서들도 읽지 않고 먼지가 쌓여가는 중 인데…’마음이 무거웠다. 바로 그날 인터넷으로 주문했던 8권의 책들이 도착했다. “만들어진 신”,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전통’,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축의 시대” 등 그야말로 화려한 명성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들이다. “드디어 왔구나!” 마음이 설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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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저녁에 기념 의식을 가졌다. 새로 입고한 책들의 기념사진을 찍고 그들의 읽을 순서를 정했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구매한 것들을 먼저 보았을 터이다. 그런데 정말 이상하게도,고모님이 주신 4권의 책 중에 하나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나는 날마다 기적을 경험한다” 그렇게 그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천국의 풍경이 되어주세요” 책은 240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좋아하는 주제라면 아무리 오래 걸려도 2시간 이내에 독파할 수 있는 분량이다. 보기 직전까지 머릿속에는 ‘과연 다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첫 장을 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출근길의 자유로에서 서울 방향으로 운전하는 것 마냥
가다, 서다 를 반복했다. 단, 이유는 예상과 달랐다. 눈물이 났다. 책을 보다가 눈시울이 붉어지다니….‘이런 경험을 언제 했더라?’ ‘아니 이런 경험을 했던가?’ 게다가 갑자기 입에서 노래가 흘러나왔다.
“거친 산이 높은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
“거친 산이 높은 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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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뒤범벅이 된 얼굴로 흐느적거리기를 얼마나 했을까? 정신이 좀 들자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했던 이 곡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유행가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좀처럼 제목이 떠오르지 않았다.
기억을 필사적으로 되짚었다. 시간이 한참 흘렀다. ‘맞아! 내 영혼이 은총 입어!’ 네이버 검색창에 제목을 타이핑했다. 누군가가 찬송가책을 캡처하여 악보와 함께 업로드한 이미지가 있었다.
1절부터 자세히 훑어보았다.
1절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2절 “주의 얼굴 뵙기 전에 멀리 뵈던 하늘나라”
3절 “높은 산이 거친 들이 초막이나 궁궐이나”.
‘아! 내가 부른 것은 3절이었다. 그리고 “거친 산”이 아니라 “높은 산”이었다.’ 찬양을 부른 지가 너무나 오래된 탓에 순서와 가사를 혼동했던 것이다. 이 현상은 그 후에도 한참 동안 지속된다.
판도라의 상자
25년 전
온몸을 휘감고 있었던 세마포를 가차 없이 벗어던졌다. 빨간 십자가의 로고가 새겨져 있던 그 삼베옷은 코 풀고 난 휴지와 같은 운명이 되어 헌신짝처럼 내동댕이 쳐졌다. 그리고 예수님을 잊고 살은지 25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낮에는 백조가 되고 밤에는 박쥐가 되어 살아가던 이중적인 삶, 지킬 박사 안에 숨어 지내야 했던 하이드는 쇼생크에서 막 탈출한 팀 로빈스처럼 마침내 두 손을 번쩍 들고서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투명색 비밀 커튼 어렵사리 첫 장을 연 것과는 달리 마지막 책의 끝 장을 닫기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보는 것 마냥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차이라면 또 다른 기적 속에는 눈물과 찬양이 혼합되어 끊임없이 분출되었다는 것이다.
첫 권을 읽을 때만 해도 잠시 이러다가 말겠지 했다. 그런데 계속되었다. 심지어 책을 다 읽은 후에도 말이다. 찬양이 흘러나왔고 눈물이 쏟아졌다. ‘이게 뭐지?’
갑자기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은 것도, 하던 사업에 부도가 나서 한강에 뛰어들고 싶은 절망감에 빠진 것도,. 사랑하는 아내가 바람 나서 가출을 한 것도, 아들이 살인죄를 저질러서 무기수로 구형을 받은 것도, 모두 아니었다. 도저히 내가 울었던, 그리고 반복해서 우는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주인공, 절대자를 향해 부르짖는 처절한 절규와 응답, 그리고 회개! 내게는 회심 스토리에 있어야 할 분명한 동기가 없었다.
며칠이 흐른 어느 날, 찬송을 부르며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소리가 들렸다. 주님께서 나를 부르시고 계셨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어찌하여 나를 핍박하느냐' 다메섹 도상으로 가던 하셨던 그 말씀! 이는 분명히 내가 까마득히 잊고 지냈던 예수님의 음성이었다]
그랬다면 생동감이 넘치면서 훨씬 감동적이었을 텐데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글을 쓰려고 하니 뭔가 부족하고 밋밋했다. 그래서 비유적으로라도(?) 어느 정도 각색을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만약 이것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창작 소설이었다면 그렇게 하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쓰는 글은 간증문이다. 그 무엇보다도 진실하고 솔직해야 하는!
그러고 보니 한 가지가 있긴 있었다. 책을 보면서, 찬양을 부르면서, 울면서,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용솟음치듯이 터져 나왔던 고백!. ‘나는 죄인이로소이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이다. 내가 쓰레기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여겨진 것은. 느낌이나 감정이 아니라 죄의 확신이었다
“I am 인간 난지도” (1)
마마킴||조회 1,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