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모데와 요한의 편지”
사랑하는 엄마,
날씨가 후덕지근 합니다. 금방이라도 비가 와락 쏟아부어질듯해요. 벌써부터 이리 더우면 긴 여름 날을 어떻게 보낼지를 걱정하는 형제들을 보면서 지난 주까지만 해도 쌀쌀하게 느껴졌던 아침 저녁이 감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들도 덥냐고요? 당연히 덥지요. 하지만 오랜 교도소 안에 이곳 생활하는 동안 지내온 여름살이라서 그런지, 그래도 예전 보다는 좋아진 환경들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이 듭니다. 선풍기도 없었던 시절이 있었죠. 예전 여름에는 반바지도 입지 못했었으며 냉장고가 설치된 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아서 예전의 감옥살이는 여름에 견디기가 배가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땀이 많은 것이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올 여름도 주님 안에서 슬기롭고 감사하는 날들을 기대해 보며 파이팅 하렵니다. 제가 더운 것보다는 이곳 형제들이 다들 너무나 더워하면서 힘들어하니까 옆에서 시원하게 해주는 것을 해주려고 생각을 해보는 중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환경에서도 마음이 시원해져서 몸도 잘 이길 수 있게 해주고 싶습니다.
지급받은 여름 옷 중에 바지의 옆 부분이 트여져서 수선을 했습니다. 오랜 감옥살이 중에서 숙달된 것 중의 하나가 바느질인데 저의 바느질 실력이 좋다면서 맡겨진, 다른 형제의 바지도 함께 수선하였습니다. 바느질을 해주면서 형제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화목할 수 있음이 참 감사했습니다.
바느질 때문에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제가 조금 살을 붙여 보자면….
옛날에 충성된 신하가 있었습니다. 임금이 그 신하를 어여삐 여겨 그에게 황금으로 만든 칼을 선물했습니다. 임금이 귀한 보석으로 장식된 황금 칼을 그 신하 앞에 내 놓고 흡족해 하고 있을 때 신하는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전하, 황금 칼을 거두어 주십시오. 칼은 사람을 베거나 상하게 하는데 저는 그런 위인이 되지를 못합니다. 그 보다는 바늘과 실을 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칼로 다친 자를 꿰메고 갈라진 것을 하나로 이어주는 일이 저의 일이라 여기렵니다. 금으로 만들지 않아도 빛나는 실이 아니라도 좋습니다. 전하께서 제게 준 칼이 값비싼 것일지는 몰라도 저에게는 유익이 되지 못합니다.”
칼은 베거나 자르는 도구이지 묘. 바느질은 마무리 할 때 질긴 실을 자르거나 음식 재료를 자르는 등에 유익하게 사용되기도 하지만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상하게 하거나 목숨까지도 다치게 하는데 사용되는 무서운 도구가 되기도 하지요. 그러나 바늘과 실은 나뉜 것을 다시 이어주는 일들, 다친 상처를 꿰매고 아물게 하도록 하구요. 저를 향해, 우리를 향해 서로 사랑하라고 하신 주님의 간곡한 부탁도 결국은 “칼”같은 존재가 아니라 “바늘과 실 같은 존재”로 살아가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해 있는 곳, 어느 곳에서든지 화목을 이끌며 진실로 사랑하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화목(화평)케 하는 자는 하늘 아버지의 아들이라 일컬음을 받을 것이라고 말씀하신 주님이, 오늘이나 내일, 또 다른 모든 날들을 이 교도소 담장 안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기쁨이 되고 행복이 되는 존재, 소망을 주는 존재가 되게 하시기를 원합니다.
지난 수요일에는 김진영 형님과 민소희권사님이 다녀 가셨습니다.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이런 사랑이 저를 사랑 받는 자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곤 합니다.
엄마께서 늘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는 형님이라서 당연히 그렇게 생각되는데 민소희권사님 역시 강건한 믿음은 물론 화평케 하는 분인 것이 절로 느껴지는 분이셨습니다. 저의 부족하고 연약함을 저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을 통하여 보고 배우며 닮아가라는 주님의 은혜와 뜻이 받아지며 그런 과분한 사랑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이 벅차게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엄마를 만나게 하시고 엄마의 아들로 사랑 받게 하신 그 은혜와 사랑! 오직 주님! 할렐루야!
엄마 사랑하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