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디모데)에게서 온 편지
사랑하는 엄마, 노역장을 관리하시는 담당 교도관께서 제게 노역장의 모든 일들을 살피고 작업에 관한 일들을 지도하는 “반장”이라는 직책을 맡아주기를 바라는 제의를 하였습니다. 머뭇거리는 제게, 며칠 시간을 줄 테니 잘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반장”이라는 감투(?)! 사실 교도소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겐 모두가 선망하는 혜택입니다. 제가 그 감투를 맡게 된다면 80 여명의 동료들과 생활하는 노역장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이고 동료들은 제가 지시하는 것을 담당관이 지시하는 것처럼 따라야 하며 교도소 내에서 수용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귀휴”를 제외한 모든 혜택을 1 순위로 누릴 수 있게 되는 말 그대로 선망의 자리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엄마,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역장에서 누리는 권한을 이용하여 동료들을 더 많이 하늘 아버지께로 인도하는 것도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요. 더 많은 이들을 더 잘 섬길 수 있겠다는 생각,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감투를 두고서 저울질을 하며 하늘 아버지의 뜻을 구하는 기도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하늘 아버지께 뜻을 구하겠다는 마음이 자꾸만 “교만과 거짓”처럼 여겨졌습니다. 특별한 감투를 통하여 높아지려는, 인간적은 본성을 충족시키고픈 마음은 아닌가, 그 높은 자리로 인한 동료들의 어쩔 수 없는 종교적 강요를 감당케 하려는 것은 아닌가, 교도소 내에서 누려지는 혜택을 누리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은 아닌가, 무엇보다도 이미 감투에 마음이 가 있으면서 하늘 아버지 앞에 뜻을 구한다는 (저는 감투 쓸 마음이 없으나 아버지께서 쓰라 하시면 쓰겠다는 표리부동함) 가식적인 마음으로 인하여 중언부언의 소리만 허공에 뿌리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주님의 뜻대로” 가 아닌 제 뜻을 앞세우고 주님을 기망하는 죄된 모습을 보면서 제가 어찌 감투를 쓰고서 더 잘 섬김의 모습을 하늘 아버지께 온전히 드릴 수 있겠는가를 깨달으며 깨달은 즉시 회개 하였습니다. 그 동안 수도 없이 엄마께로부터 진짜 신앙인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고 마음속으로 불법에 관심을 두면 주께서 제 말을 듣지 아니하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 마음을 잘 지키지 못하고 세상이란 우상을 멀리 하지 못하는 저의 연약함을 하늘 아버지께서 강함으로 바꾸시고 도우시기를 원했습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엊그제는 출소를 한 형제가 아내와 4 살짜리 아이와 함께 면회를 왔습니다. 출소한지 두어 달 되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기에 생각날 때마다 위하여 기도의 응원을 보낸 형제였습니다. 서울에서 지내고 있어서 거리가 너무 멀어 면회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가 처갓댁이 고흥이라서 다녀가는 길에 들렸다며 잘 지내라는 응원을 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앉아 자꾸만 저를 가까이서 바라보려고 칭얼대는 어린아이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너무도 오랜만에 가까이서 바라보게 된 어린 아이의 모습은 볼을 손으로 만져주고 싶을 만큼 예쁘고 귀여웠습니다. 아이를 들어 올리며 삼촌이라며 “안녕하세요” 라고 해 보라는 아빠의 말에 아크릴 창에 얼굴을 대고 웃기만 하는 아이! 그 아이의 눈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맑고 깨끗하던지요….그런데, 그 아이의 눈에 비친 저의 모습은 참으로 초라해 보였습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영적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할 제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의 눈에 초라한 모습으로 비춰 보인다고 느끼는 것은 아마도 여전히 세상적인 것에 많이 물들어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이든 잘 하려고 덤벼들면서 하늘 아버지를 위한 것임을 애써 강조하기만 하는 제 자신을 다시금 되돌아 보았습니다. 높은 감투를 쓰고 동료들을 보듬는 것이 다른 이들의 눈에는 “꽤 덕스럽고 참 괜찮은 사람이구나” 로 보일 것이라는, 하늘 아버지께서 다 잘하였다고 칭찬 하실 것이라는 저의 교만함….어쩌면 지금 엄마께 편지를 드리는 시간에도 무엇이 주님의 뜻인지 구분하지 못하고 저의 고집스러움으로 세상 안에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엊그제, 일과를 마치고 나서 “반장”을 하지 않을 것이니 다시는 제게 그런 제의를 하지 말아주시기를 정중히 말씀 드리고 그리고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렸습니다. 정말이지 이제는 세상의 머리로 생각하는 첫째가는 자로서가 아니라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 모든 이의 섬김 이로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제가 낮아지고 아니, 제 안의 나는 죽고 오직 하늘 아버지가 사시는 삶을 살기 원합니다. 언제 또 다시 그 아이 아니, 다른 아이더라도 누군가의 눈에 비추어진 저를 보았을 때 그때의 저는 죽고 하늘 아버지를 위한 제가 그 누군가의 눈과 마음을 비추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번 주에는 엄마를 뵙게 되겠습니다. 내일부터 매서운 추위가 있겠다고 하는데 울 엄마와 이모님과 장로님과 집사님의 오시고 가시는 길과 시간마다에 하늘 아버지께서 마련해 놓으신 기쁨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강건하시고 승리하세요.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