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접해 주는 종교
인간이 만든 제도는 사람을 평등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 내내 낮은 자와 높은 자를 만들어서 슬픈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조선은 천민과 양반들과 한 자리에 앉을 수가 없었습니다. 백정의 경우 더욱 심했습니다. – 한국교회 처음 이야기 에서
“백정이 예수를 믿으면”
소나 돼지를 잡는 직업을 가졌던 백정들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른 대접을 받지 못했고 호적조차 없이 백성 대접도 받지 못했다. 결국 백정들끼리 집단으로 촌을 이루며 살았는데 양반들에게 이런 백정 마을 사람들은 ‘불가촉’(untouchable) 경계 대상이었다. 지금도 인도나 네팔에 이런 제도가 살아있기에
1895 년 무렵, 서울 관자골(지금의 관훈동 부근)에 있던 백정 마을에 박성춘이란 백정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중병에 걸려 절망적 위기에 처했는데, 미국북장로회 무어선교사가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자신이 운영하던 예수교 학당에 다니고 있던 그 집 아들 붕출이를 통해 사정을 알게 된 무어선교사는 제중원(후에 세브란스 병원) 선교사 에비슨을 데리고 관자골을 찾아갔다. 에비슨은 뛰어난 의술로 고종의 시의 가 되어 궁궐을 출입했는데 시의가 백정 마을에 나타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에비슨은 정성스럽게 치료하여 박성춘을 살려냈다.
박성춘은 은혜를 갚는 심정으로 무어 선교사가 사역하던 교회에 나갔다. 그런데 그 교회는 양반 마을의 곤당골(지금의 소공동 롯데호텔 부근)에 있던 양반 교회였다. 그런 교회에 백정이 나왔으니 문제가 터질 것은 당연했다. 양반 교인들은 무어 목사에게 “어떻게 양반 교회에 백정이 나올 수 있느냐?” 며 박성춘을 다른 교회로 보낼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무어 목사는 “하나님 앞에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며 그들의 요구를 일축했고 결국 양반 교인들은 홍문수골(광교 조흥은행 본점이 있던 자리 부근)에 따로 교회를 세우고 나갔다.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한 박성춘은 충격도 받았지만 오기도 생겼다. 양반들이 떠난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서울 근교 백정 마을을 찾아 다니며 전도하였다. “백정으로 태어나 사람 대접도 못 받고 살아온 우리를 사람 대접해 주는 종교가 왔다.”
“사람 대접해 주는 종교”, 박성춘에게 교인이 된다는 것인 곧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하였다. 박성춘의 메시지는 그와 같은 한을 안고 살아가던 백정들에게 호소력이 있었다. 이렇게 해서 곤당골교회는 백정들과 천민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홍문수골로 나간 양반들은 이런 곤당골교회를 보고 “첩장교회” (첩년들과 백장놈들이 다니는 교회)라며 무시했지만 곤당골교회는 계속 성장하셨다. 그리고 3 년 후 교회를 합치자는 홍문수골 교인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탑골(지금의 인사동)에 새 에배당을 마련하였다. 이것이 지금의 인사동 숭동교회의 출발이다.
1911 년 숭동교회에서 처음으로 장로를 뽑을 때, 박성춘은 일반 출신 후보들을 누리고 초대 장로로 선출되었다. 그는 내친김에 정부를 상대로 백정 차별정책 철폐탄원 운동을 전개하여 “백정해방운동가”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다. 독립협회가 주관한 만민공동회에 시민 대포로 나가 양반과 정부 관료들 앞에서 “충군애국”에 관하여 일장 연설을 할 정도가 된 것이다. 이처럼 복음은 민중 계층에게 “인간화”로 해석되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하나님의 고귀한 피조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지배 받아서는 안 될 하나님의 인권 소유자인 것을 복음을 통해 깨달았다. 이들에게 복음은 신분 상승체험의 감격으로 연결되었다. 세리라는 직업으로 인하여 주변인들에게 사람 대접을 받지 못했던 삭개오가 주님에게서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이다(눅19:9) 라는 선언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격, 바로 그것이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고종을 치료하는 에비슨이 백정을 찾아가는 것도 감동스러웠고 기득권을 가진 양반들이 교회를 백정 때문에 나간다고 할 때 현 시대에도 하잘것없어 보이는 사람 때문에 기득층이 나간다고 할 경우 하나님의 뜻 가운데서 지극히 작은 자에게 공평한 마음으로 자신의 손해를 마다하고 할 수 있는 무어 목사님 같은 분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었습니다. 그런 하나님의 사람들이 우리나라 악습과 역사를 바꾸는 역할을 해 준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약1:9-10 낮은 형제는 자기의 높음을 자랑하고 부한 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