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완연한 봄의 기운을 누리고 있습니다. 어제는 운동 시간에, 햇볕 잘 드는 운동장의 가장자리에서 여럿이 모여 봄 햇빛을 쪼이고 있는 동료들 곁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저를 사랑하시는 하늘 아버지의 사랑을 자랑하고 엄마의 사랑을 받게 된 과정을 간단히 들려 주었습니다. 어떻게 그리 될 수 있는지, 정말 복 받은 사람이라느니 하면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 마디씩 하는 동료들을 대하면서 그러고 보니 제 자신이 너무 염치 없는 아들이 아닌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늘 아버지에게 향하는 제 사랑의 분량은 얼마 되지를 않으면서 참으로 풍성히 부어 주시는 아버지의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며 엄마의 말씀처럼 하늘 아버지께서 엄마를 통해 부어주시고 부어주신 사랑을 받기까지의 과정들에 대한 도우심과 역사하신 모든 상황들에 대하여 다람쥐 챗 바퀴 돌듯한 그런 감사만 되풀이 하다가 그 감사하는 마음마저도 무뎌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한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제게 임하신 하늘 아버지의 그 크신 사랑을 더욱 복되고 은혜롭게 누리며 제가 누리는 사랑을 제가 섬기는 이들마다 바라고 소망하며 하늘 아버지를 향한 믿음의 간절함이 그들의 마음 마다 자리하게 되는 일에 온 힘을 다하여야겠다는 다짐도 다시금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광주교도소에서 지내는 형제들을 사랑하는 마음 중에 특별히 더한 애정을 갖고 하늘 아버지께로 나아오게 하였던 형제가 있습니다. 함께 지낼 때는 곁에서 여러 가지로 제가 지내온 과정들로 인도하며 신앙생활을 하였는데 제가 광주를 떠나와 편지로 섬기는 중에 형제의 믿음의 행보가 뒷걸음질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올해 서른 여섯된 형제인데 나이에 비하여 속이 깊은 형제 이었기 에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사랑하는 엄마, 그 형제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시기를 바라는 아들의 마음입니다. 이름은 고석준, 형량은 무기이며 23 살에 감옥살이가 시작되었으니 벌써 13 년째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심성도 착하고 책임감도 강하며 무엇보다도 지난날의 삶을 답습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하여 제가 친 동생처럼 사랑하는 형제인데 천국이 형제의 것이 되지 못하므로 하늘의 위로를 온전히 받지 못하고 자신을 통하여 하늘 아버지의 나라의 확장됨을 알지 못하고 있으며 영적인 기로에 처해 있으므로 긍휼히 여김을 받지 못함은 물론 하늘 아버지를 보지 못하여 그의 아들 임도 온전히 깨닫지 못하니 당연한 천국이 형제의 것 임도 고백하지 못하는 영적인 눈먼 자가 되어 욕구 불만이 깊어가는 것이 느껴져서 그저 안타깝고 측은하게 여겨집니다.
제가 감사하고 또 찬양 드리는 울 하늘 아버지의 크고 풍성하신 그 사랑을 그 형제도 온전히 누리고 감사와 영광을 드리는 고백이 그 형제의 마음과 입술로 나아오게 되기를 형인 제가 간절히 원합니다. 엄마가 특별히 형제를 위하여 기도하여 주실 줄 믿습니다. 이모님과 장로님과 행복동 가족 분들 모두 함께 응원하여 주실 줄로 믿고요.
사랑하는 울 엄마,
저녁 배식과 청소들을 마친 후에 방안으로 들어와서 땀이 났던 몸을 씻고 나왔는데 문득, 창문 등을 닦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걸레질로 구석 구석 정성 것 닦았는데 마치고 보니 별로 깨끗하여진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제 마음 한 구석이 개운해지긴 했습니다. 걸레가 더러워진 것을 눈으로 보았으니까요. 지난주에, 이곳에서 특별활동 프로그램인 합창단을 신청하였는데 선발되었습니다. 또한 예배 시간에 드려지는, 찬양으로 섬기게 되는 성가대 섬김도 하게 되었고요. 기쁜 마음이었는데 좋아라 하는 저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지 교도관의 업무를 도우며 노역장들의 모든 일들을 관할하고 책임 맡고 있는 동료가(반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그것도 기술자가 빠져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라는 핀잔을 주는 것입니다. 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 싶어서 “죄송합니다. 그 시간만큼 제가 더 열심히 일을 하겠습니다.” 라며 양해를 구하였는데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앞서 말씀 드렸던 걸레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가 터무니 없는 말로 고발하고 비난하며 욕하더라고 걸레가 더러운 때를 침묵으로 받아들이듯이 그렇게 받아들이며 그의 마음에 더럽혀진 죄의 때를 닦아 낼 수 있는 그런 순종의 마음이 진정한 신앙인의 마음이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항상 걸레처럼 입을 다물고 세상이 주는 복에 연연치 않으며 믿음으로만 얻을 수 있는 하늘의 신령한 봄을 누리며 항상 기쁨과 쉼 없는 기도와 순간마다 감사하는 복된 날들을 살아가는 아들이 되기를 원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핍박을 받고 모략을 당할지라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천국이 내 것임을 자랑하며 하늘의 위로를 받고 하늘의 지경을 넓히며 전혀 베고픔이 없는 만족함 속에 긍휼히 여기시는 하늘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버지의 아들이라 불리는 천국의 특권을 누리는 그 날을 소망하며 씩씩하게 살겠습니다. 위하여 응원하여 주시고 강건하심으로 천국의 기쁨을 더욱 힘있고 행복하게 널리 전하시는 울 엄마와 이모님과 장로님과 사랑하는 행복동의 가족 분들이 되시기를 바라며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엄마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디모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