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주님을 따라(3)
해외 생활과 같이 시작한 선교 이야기 30 년을 회상하면서 다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많은 사람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자 합니다. “그저 평범한 주부이고 아내인 한 여인이 삶을 전적으로 주님의 심복으로 드리고자 할 때 남편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더군다나 벌어온 돈을 우리 자신은 아주 검소하게 살아야하고 세계 굶주린 열 방에 나누는데 그런 것이 가능한가? 남편은 싫어하지 않는가?” 남편은 어떤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남편은 65 세까지 일을 하다가 아래의 글은 퇴직하기 전에 은행에서 부탁한 글을 쓴 내용입니다. 이제 새해를 맞이하여 69 세가 되었지만 파트타임으로 여전히 기쁘게 하나님의 나라에 쓰기 위하여 일을 하고 기쁘게 주님께서 맡기신 물질을 주님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온 것에 전혀 후회가 없고 너무나 기뻐”라고 남편은 제게 말하곤 합니다. 인생의 여정에서 모든 것이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 은혜라는 진리를 바울의 고백을 통해 남편의 몸으로 마음으로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고전15:10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아름다운 여정
이제 현직금융인으로서 35년간의 긴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요즘은 여러 가지로 상념이 많다
젊은 시절 일을 한 은행을 퇴직하고 59 세때에 다시 들어간 은행에서 지난 6 년이 넘는 동안 아침이면 출근하기 위해 어김없이 달리는 “호수로”인데 이번 늦가을에는 차장 밖으로 떨어지는 낙 옆이 유난히 아름답고 애 뜻해 보인다. 6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때에 같은 낙 옆을 보는데 왜 그럴까? 아마도 아침 이른 시간에 같은 길을 달리면서 보는 낙 옆이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샛노란 은행잎 사이로 그 동안 같이 일해 왔던 수 많은 직장동료들의 얼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미운 정 고운정이 들었던 정겨운 얼굴들이다.
직장인에게 가장 보람되고 또 두려운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보람된 것은 아름다운 마무리, 곧 명퇴 일 것이고 가장 두려운 것은 구조조종이나 다른 사유로 원치 않은 조기 퇴직일 것이다. 조기퇴직은 경제적인 걱정도 있겠지만 퇴직 후에 삶에 대한 불안감과 소외감 때문에 더욱 두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무소유로 사셨던 고명하신 한 분은 “아름다운 마무리는 살아온 날들에 대한 찬사를 보내는 것.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렸던 나를 찾는 것. 그리고 수 많은 의존과 타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서는 것이다.”라고 했다. 나는 이것들에 하나를 더하고 싶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내가 머물러 있던 곳, 그리고 같이 했던 사람들에게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라고.
퇴직한다고 무엇이 두려우랴? 이 한 세상 살면서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이 싫어할 수도 있다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깨달으니 나는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인가보다. 매일 구름 한 점 없이 날씨가 좋으면 기분은 좋을지 모르지만 대지는 메마르고 사막이 된다. 한편 비바람이 불면 귀찮고 힘들지만 그로 인해 새싹이 돋는다. 태풍이 몰아치면 많은 피해를 입지만 침체 되어 있던 바닷속을 뒤 짚어 많은 어 자원을 새롭게 만든다. 그늘이 있다는 것은 바로 옆에 따뜻한 햇빛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떨어지는 낙 옆이 보는 이에겐 아름답고 낭만적이지만 그 낙 옆이 쓰레기가 되어 그것을 치워야 되는 청소부에겐 그 낙 옆이 정말 싫을 것 같다. 하얀 눈이 오면 모두가 흥분하고 낭만에 젖는다. 그렇지만 그것이 녹아 길가에 진흙투성이가 되면 모두가 싫어한다. 비가 내려 계획한 것을 못한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비로 인해 대지가 촉촉해지고 깨끗해지고 푸른 잔디가 나온다. 그러니 이 모두가 정말로 감사할 일이 아닌가?
성경 속에 나오는 이스라엘 왕 중에서 가장 지혜롭고 부귀와 영화를 누렸던 솔로몬왕이 고백하기를 “해 아래 새것이 하나도 없고 모든 영화와 슬픔도 다 바람 잡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이것은 이 세상을 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이 다 지나가리니 삶의 가치를 영원히 썩지 않는데 두라는 충고인 것이다. 그는 또 우리에게 “전7:14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 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라고 권면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한 시간이지만 이 나이가 되도록 은행에서 일하는 동안 돈을 더 버는데 목적을 두고 달려오지는 않았다. 세계 도처에 굶주린 고아들에게 네팔이나, 몽골, 러시아등, 여러 나라의 우리와 똑 같은 귀한 생명들에게 열심히 번 물질을 조금이나마 나눔으로 그들이 생명을 얻고 희망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이 시간들이 소중한 내 삶의 보람이고 기쁨이었다.
이름 모를 어느 시인이 쓴 몇 마디 어휘가 나의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신이 행복할 때 삶은 당신에게 미소 지을 것입니다”(Life smiles at you when you are happy.) “그렇지만 당신이 남을 행복하게 할 때 삶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Life salutes you when you make others happy.)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고통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Every successful person has a painful story) 그렇지만 “그 고통스런 사연들은 성공으로 끝이 납니다”(Every painful story has a successful ending)
퇴직을 한 달여 앞두고 마지막 휴가를 교회 장로님들과 겅북 영덕군에 있는 “축산”이라는 조그마한 항구로 갔다. 젊은 자녀들은 거의 전부 도시로 떠나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항구라 고기잡이 배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어 물어보니, 전부 한국에 돈을 벌러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란다. 일흔이 넘은 몇 명의 어른들과 진짜 자연산 생선회를 먹으면서 그분들의 수십 년 동안의 거친 바다 위에서 무용담을 들으니 전율이 느낀다. 까맣게 타고 주름진 얼굴들이 아주 자랑스럽고 순박하고 따뜻해 보인다. 도시에서 편하게 살고 있는 자녀들이 그분들의 수고의 희생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어느 한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제 일흔이 넘어 기력이 쇠하여 더 이상 배를 탈수가 없어 은퇴했는데 고깃배를 몰 기술자가 없어 자기를 찾아오면 거절 할 수가 없어 지금도 가끔 바다고 나간다. 나는 아마도 죽어야 은퇴할 거야”
미국에서는 졸업식을 “끝(Graduation)” 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뜻으로.”Commencement ceremony)를 한다. 그렇다. 명퇴 든 조기퇴직이든 그것은 우리들의 삶의 끝이 아니라 변화일 뿐이고 곧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이 오고 그 다음엔 생명이 움트는 봄이 오듯 우리는 새로운 삶을 찾아 도전한다. 그것은 또 하나의 삶에 대한 기대가 아니겠는가! 그것이 바로 내가 명퇴를 하는 이유이다. 동료 직원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보내면서 후배들에게 내가 좋아하는 성경 한구절을 선물로 주고 싶다.
“잠11:25 구제를 좋아하는 자는 풍족하여질 것이요 남을 윤택하게 하는 자는 자기도 윤택하여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