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서 온 편지
샬롬, 사랑하는 울 엄마께,
엄마를 뵈러 달려가는 (몸은 걸어가야 하지만 마음은 달려간답니다) 길의 건물 주변에 작은 화단들이 만들어져 있답니다. 국화를 비롯하여 이름 모를 가을꽃들이 서로 어울려 예쁘게 지내고 있음이 행복해 보여서 담당관님에게 사정하여 잠깐 화단을 들여다보는데 한 귀퉁이에 커다란 무화과나무가 붉은 열매들을 주렁주렁 매달려 자신의 결실들을 자랑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용자들 중에 누군가가 가꾸며 보살펴 주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다른 곳 보다는 척박하고 좋지 않은 조건일 텐데 많은 열매들은 붉고 탐스럽게 맺어놓은 무과과 나구의 수고가 참으로 멋지고 품위가 있어 보였습니다.
열매를 드려다 보다가.....저의 모습은 열매를 잘 맺고 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깊어가는 이 가을! 예쁜 열매 맺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잘 귀가 하셨지요? 아버지께서는 평안하시고, 이모님과 집사님들께서도 잘 귀하 하셨는지요? 최병춘 장로님도 평안하시고 행복동의 가족 분들 모두 평안하신지요? 먼길 오셔서 은혜로운 귀한 말씀 나눠주신 정훈택집사님께 감사드려요. 김은정집사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먼 곳에 계시든 가까운데 계시든지 우리 주님의 크신 은혜와 사랑 가운데 행복하시고 승리하시는 나날들이 되시기를 기도드리겠습니다.
이번 주부터 예배시간에 성가대 섬김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여건상 (보안적인 수용자 관리 동에 대한 어려움 사정상) 종교 활동 중에 제재를 받게 되어 오전 예배에만 참석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오전 오후 예배에 참석하고 성가대 섬김을 통하여 주님을 더 기쁘게 찬양할 수 있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할 뿐입니다. 그렇잖아도 성가대 섬김을 위라여 기도드리며 관계자께 여러 차례 상담을 하고 건의를 드리는 등 간절함을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귀한 시간들을 누릴 수 있게 되니 정말이지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지난 목요일에 관계자께서 찾아오셔서 공부에 지장이 되지 않는 가운데서 허락된 것이니 열심히 하라고 말씀하시는데 뒷일 감당은 생각되지 않고 그저 “감사합니다” 만 말씀드리니까 관계자께서도 흐뭇하신 듯한 표정을 보이셨습니다. 그나저나 앞으로 더욱 바빠지겠어요.
10 월에 들어서면서, 내년 4 월 말까지 매주 수요일마다 따뜻한 물로 단체 목욕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곳도 공동 목욕탕이 있거든요. 지난주에는 첫 목욕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목욕탕 안에서 뜻하지 않게 찬송가를 들을 수 있었지요. 규정상 고성방가 하여서는 안 되는데 어디서 용기가 생겼는지 제법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리기에 찬공가가 들리는 곳의 형제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를 수 있는 형제의 용기가 부러웠지요. 그런데 문제는 한 곡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 또 다른 찬송가를 목욕탕에 물리도록 크게 부르는 것이었고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비누칠을 하고 때를 밀어내는 과정인데도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물을 세차게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저와 함께 목욕을 하던 동료가 한마디 하는 겁니다. “형, 자기 것 아니라고 물을 저렇게 낭비해도 되는 겁니까? 찬송가를 부르는것을 보니꺄 예수 믿는 사람 같은데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예요. 신앙인 같은 품위가 영 없어보여요.” 순간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이 느껴졌습니다. 대화를 하는 동안 목욕 마칠 시간이 가까워져서 마루리를 짓고 목욕을 마쳤지만 함께 목욕을 한 동료들 앞에 제가 더 민앙했습니다.
사랑하는 울 엄마,
찬송은 우리 믿는자의 삶이고 겉으로 드러내는 우리의 품위며 자랑이라 생각하는데 그것이 왜 그렇게 듣기 싫고 동료들앞에 민망스러웠을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목욕탕 안에서 찬송을 불렀다면 그 용기(?)에 맞는 행동이 함께 하여야 했는데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소음 공해처럼 여기게 했다면 스스로 믿는 자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훼손한 것이 아닐지요....찬송에 대하여 믿는 자의 품위에 대하여 깊은 의미를 알고 있다면 그 사람은 물을 쏟아버리는 낭비를 하지 않았을 것이고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은 채 그렇게 크게 찬송을 부르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울엄마,
목욕탕의 일을 거울삼아서 제가 살아가는 동안 제 스스로 믿는 자로서의 품격을 떨어트리지 않도록 매사에 스스로를 살피고 또 살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름답게 화장하고 멋진 옷으로 자신의 겉모양을 꾸미는 인위적인 품격이 아닌 엄마를 뵙고 올 때 화단에서 만났던 무화과나무의 모습, 붉고 탐실하게 주렁주렁 열매를 맺어 놓음으로 보는이로 하여금 열매를 맺기 위한 수고와 노력을 절로 느끼게 하는 무화과 나무의 멋진 모습처럼 뭄위를 지키며 주면 상황을 잘 추스르며 조화롭게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사람의 위로를 받기보다 사람에게 기대려 하기 보다는 항상 엄마께서 강조하시고 권면하여 주셨던 말씀을 명상하며 하나님께 구하고 바라며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는 엄마의 아들디 되도록 하겠으니 엄마는 늘 영육의 강건함을 누리심으로 힘 있게 아들을 응원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아들도 엄마만큼의 마음으로 엄마를 참 많이 사랑합니다. 쌀쌀함이 더욱 진해져가고 있으니 각별히 감기에 유념하시구요...그리고 의정자매님의 이쁜 마음 때문에 올 겨울을 지내는 오빠의 발은 그리 춥지 않을 것 같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교도소 섬김에 대하여 엄마의 권면처럼 더 열심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광주교도소든 다른 교도소든 제가 문서 사역이 가능하니까 교도소 섬김은 전적으로 제가 6 개월 내지 일년 나눈후 엄마께 소개해 드리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신앙적으로 주님을 의지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감옥살이의 어려움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것인지 하나님의 사랑이 절전해지도록...기도해주세요.
사랑하는 아들 디모데올림